마지막 출근
2017년 02월 03일
휴직 시작 D-3
마지막 출근
휴직이 마냥 홀가분하도 기쁘고 기대감이 클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아서 혼란스럽다. 휴직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마냥 부러워하던데 생각보다 그렇지가 않은것 같다. 사실 아직까지도 휴직 후 무엇을 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들이 없어서 불안하고 두렵다.
마지막 출근날인데도 처리되지 않은것들이 상당히 남아있어 걱정된다. 원체 계획성도 없고 그때그때 일처리를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지금까지 미뤄졌다. 내가 어느정도 고쳐야할 습관인데 고치기 싫다. 근면 성실.. 이 사회가 우리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이념 같아서 거부감이 느껴진다.
마지막 출근날인데도 야근을 해야 한다. 이번주 근무시간도 모두 채우지 못했다. 그동안 육신에 문제가 생겼다. 업무 중간에 병원도 다녀와야 한다. 회사다닐때 병원에 다녔으면 의료비 지원을 받았을텐데 어리석게도 뒤늦게 병원에 다니게 되어 의료비 지원은 물건너 갔다.
어제부로 회사에 입사한지 4년이 되는 날이었다. 곧 3월이 되면 진급을 한다. 몇일만 기다렸다가 3월에 진급을 한 뒤에 휴직하면 연봉을 올려놓고 휴직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리석은 선택이다. 돈 따위는 내 삶에 중요하지 않다는 선언을 스스로에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남들이 보기엔 여전히 어리석은 선택일 뿐이다.
오늘이 휴직전 마지막 출근날이다. 마지막 *에 의미를 갖는게 의미가 있을까? 어떤 사건에 대해 기억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는 그 시점 이후의 새로운 나를 만드는데 필요한 일인것 같기도 하다. 잘 모르겠다. 퇴직도 아니고, 고작 휴직 하는것인데도 많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했다. 잘 할 수 있을까?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앞으로의 1년이다. 아주 이상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