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전날 골치아픈 일을 겪다.

            2017년 02월 25일
            휴직 19일째

이사 전날 골치아픈 일을 겪다.


이사 하기 직전 몇일동안 이사 갈 집을 정리하느라 무척 바빴다. 수원에서 독바위로 매일 출퇴근 했다. 들어갈 집은 내가 계약하기 직전에 불이 났던 집이다. 그래서 도배 장판 화장실등이 모두 수리된 집이었다. 하루는 공사가 끝나서 먼지 투성이인 집을 정리했다. 또 하루는 이케아에 다녀오기도 했다. 집에 수납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침대 밑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케아에서 저렴한 침대 프레임을 하나 구매했다. 마지막 하루는 장판 작업을 하기로 했다. 장판이 마감이 되어있지 않아서 직접 작업하기로 했다. (장판 중간이 그냥 얹혀 있음, 모서리 꺽여있지 않음) 장판 가게에 가서 걸레받이(굽도리 테이프)도 구매하고 장판 본드, 용착제 등을 구매했다. 세탁기도 중고매장을 돌아다니며 구매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베란다 문이 최대 55cm인데 그렇게 작은 세탁기가 없다는것이다. 최대한 찾아보고 있는데 없는것 같이 보인다.

이사 전날이었다. 일단 장판 작업을 먼저 하러 집으로 갔다. 침대 프레임 조립은 장판 작업을 완료한 뒤 하기로 했다. 장판을 이리저리 들어봤는데 아뿔사 바닥이 습기로 흥건했다. 그 전날 난방을 풀로 돌렸었는데 바닥에 있던 습기가 다 올라온것 같았다. 엄청 난감했다. 바로 인터넷에 검색을 했다. 장판 습기로 검색하니, 수많은 피해사례들을 볼 수 있었다. 결로로 벽면이나 구석에만 습기가 차는줄 알았는데 바닥에도 습기가 찬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바닥에 습기가 생기면 아랫쪽 벽면부터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런집에 살면 쉽게 피로해 진다고 한다. 나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내일 잔금 치르는 날인데 계약을 취소할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집에서 어떻게 사나? 부동산과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다. 다행이 집주인이 본인 집이라서 그런지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바닥 방수 시공? 그렇게 되면 내일 이사하는 짐은 어디로 옮기나? 이전 집 부동산에 전화했더니 집은 바로 비워줘야한다고 했다. 집주인이 바로 집으로 왔다. 시공한 기사님에게 통화도 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셔서 다행이었다. 일단 그날은 장판작업이나 청소등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퇴근전에 장판을 걷고 풀로 난방을 돌려서 바닥을 말리기로 했다.

마음이 뒤 숭숭했다. 굳이 이사를 할 필요도 없었는데도 애써 이사를 했는데 집에 이런 생각치도 못한 문제가 있었다니.. 하지만 다행이 그 집이 원래 그렇게 습기가 있는 집은 아니라고 한다. 이전 세입자들도 곰팡이 문제는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집이 2층에 위치해 있고 햇빛도 많이 들어 따듯하기 때문에 습기문제는 없었을것 같다. 결국 그날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습기의 정체는 화재 진압 물이라고 결론지었다. 불이 났을때 물을 엄청 많이 부었다고 한다. 그때 시멘트에 스며들었던 물이 난방으로 빠져나온 것으로 결론이 났다. 추운 겨울이라 그동안 빠져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결로가 아니라 다행이다. 근데 도데체 언제까지 말려야하나 이사가 당장 다음날인데 짐정리도 못하고 계속 말릴 수는 없지 않나..

오늘 이사날, 긴장되는 날이다. 집주인은 이사 오기 전까지 집안 이곳저곳 수리를 하고 있는다고 했다. 벽면이나 문턱 시멘트 깨진 부분 수리, 모서리 실리콘 처리등을 했다. 포장용달 이사를 신청했기 때문에 기사님 두분이 와서 포장을 하셨다. 나도 그동안 불필요한 짐들을 모두 버렸다. 집에 안쓰는데 쌓아두고 있던 물건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런것들 모두 버릴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있는대로 버렸다. 옷도 안입는 옷들 모두 버렸다. 다 필요없다. 이사를 마치고 이전 집주인통해서 전세금도 돌려받고 출발하니 1시가 넘었다. 도착지에는 바닥문제로 어쩔수 없이 포장을 풀 수 없고 박스채로 놓아야 한다. 바닥을 모두 말리고 나중에 직접 짐을 직접 풀수 밖에 없다. 이사를 마치고 보니 짐이 한 보따리다. 언제 다 정리하지? 너무 많아서 한 한시간 동안 돌아다니며 멍때리기만 했다. 생각만하니까 확실히 정리가 안된다. 해야할 것들을 우선순위를 매겨 적기로 했다. TODO 리스트를 적는것이 참 유용한 도구 라는것을 새삼 느낀다. 결국 그날 싱크대 수납장을 닦고 주방 식기등만 정리하고 집에 가기로 했다. 막상 정리해보니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정리할 박스가 많이 있지만 수납할 공간만 생기면 생각보다 금방 정리가 끝날것 같기도 하다. 여러가지 당황스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인천에 있는 어머니 집에서 하루 묶기로 하고 출발했다. 바닥습기로 고난이 예상되는 이 집.. 과연 잘 살 수 있을까. 걱정된다.

확실히 일기를 쓰니까 하루하루가 정리가 된다.


불안하고 불편했던 생각들이 상당히 정리된다. 일기를 써야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괴롭기도 하지만 대충쓰기라도 해서 최대한 그런것들을 줄이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리고 그 강박이 생각보다 심하지는 않은것 같다. 오히려 밀린 일기를 써야 불편한 마음에서 멀어진다. 일기쓰는것이 꽤 오래 걸리기 때문에 빨리 쓰는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 여행가서도 하루의 일정 시간은 그날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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