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에서 만난 쏟아지는 별들

            2017년 05월 28일
            파키스탄

여행은 그 자체로 안전지대에 머물고 싶은 마음과의 싸움이다. 적어도 내 여행의 목적은 그렇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편안히 드라마나 보는것은 내 여행 스타일은 아니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까지의 과정은 상당히 힘들기 때문에 목적지에 도착했을때, 손쉽게 안주해버리기 쉽다. 훈자에 오기까지 무척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곳에와서 가만히 머물게만 되는것 같다. 물론 휴식을 위해서는 좋지만 이 여행이 휴양은 아니지 않은가?

어제 육체적으로 피로해서 그런지 오늘은 하루 쉬기로 했다. 사실 뭘해야할지 특별히 계획이 없어서 방안에만 있게 된것 같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하루의 오리엔테이션 기간을 갖은뒤 뭘하고 싶은지 리스트가 쭉 나와야하는데 아직 여행 스킬이 부족한것 같다. 뭘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다음 여행지에 가서 첫째날 오리엔테이션 기간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야 겠다.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정하는 시간이 되면 될것 같다.

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며칠전부터 뾰루지 같은것이 몸 곳곳에 발생하더니 오늘 엄청 많아졌다. 처음에는 어제 산에서 벌레에 물린것 같았는데 엉덩이 안쪽에도 있는것을 보면 아닌것 같기도 했다. 소금물도 발라보고 별짓을 다하다가 그냥 앉아있다가 우연히 다리를 걷어봣는데 엄청나게 건조하게 각질이 일어나 있었다. 결국 내 몸이 너무 건조해서 이렇게 된것으로 밝혀졌다. 예전에도 너무 몸이 건조할때 이랬던것 같기도 하다. 그럴만도 한것이 50여일 여행동안 샤워도 폼클렌징으로 하고 바디로션을 바른적도 없었다. 이제부터 바디로션도 챙겨야할것 같다. 온몸에 히말라야 수분크림을 발랐는데 조금 괜찮아진것도 같기도 하다. 여행중에는 우연히 기쁨도 얻지만 이렇게 괴로움도 얻는것이다. 어쩔수 없다. 그냥 받아드리는 수 밖에. 이 모든것이 여행이 내게 주는 선물이다.

애초에 내 파키스탄 여행 계획은 변경되었다. 애초에 훈자만 찍고 터키로 넘어가려고 했던 내 계획이 송두리째 변경되었다. 나는 KKH를 타고 중국 국경을 넘어 타지키스탄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스탄국가들을 여행한 뒤 터키로 넘어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 비자를 받아야하는데 이슬라마바드로 가야한다. Chilas 라는 마을에서 menshas 라는 마을 까지 KKH 옆으로 나 있는길이 있다. 이름은 Kaghan valley 이고 그길을 따라 하루에 한 마을씩 이동하면서 이슬라마바드 까지 내려가면 좋을것 같다. 그리고 이슬라마바드에서 중국 비자를 받고 gilgit으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뒤 KKH를 타고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다. 블로그에 나오거나 가이드북에 나온것이 아닌 순전히 내가 가고싶어서 만든 여행 코스이기에 무척 기대가 된다.

오늘은 정말 한것없이 방안에만 있었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마친 뒤 인터넷이 그나마 잘된다는 cafe에 가서 내 여행 정보와. 텐트 정보를 알아봤다. 나는이제 핸드폰으로 WIFI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내 맥북으로 각종 정보를 다운받았다. 어제 Ulter트래킹 이후 이번 여행에 텐트를 들고다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곳에서 잘 수 있다면 정말 좋을것 같기 때문이다. 훈자에 트래킹 샵이 두개 있었는데 중고 텐트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100달러라고 한다. 나머지 하나는 가격이 4만원대로 저렴했지만 4인텐트라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비슷한 수준의 새 텐트를 7만원이나 10만원정도면 살수 있다. 가지에게 물어보니 이슬라마바드쪽에서 더 저렴하게 텐트를 구할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할 예정이다. (근데 생각해보니 이슬라마바드에서 텐트를 구하고 kaghan valley쪽으로 텐트를 가지고 올라가면 더 재미있을것 같기도 하다.)

오랫만에 인터넷에 연결되어 각종 검색을 마친뒤 12시가 넘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잠깐 별이나 볼까하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어두운 쪽 방향에 갔더니 맙소사 별이 엄청나게 많이있었다. 그동안 훈자에 실망했던것이 있었는데 별이 별로 없었다는것이다. 근데 그이유가 마을 불빛이 너무 강해서 별이 안보였던 것이다. 어두운곳으로 가니 은하수는 기본적으로 깔려 있었다.

나는 호스텔 리셉션으로 내려와서 사람들에게 근처에 불빛이 하나도 없는 장소가 있냐고 물어봤다. 나는 잠깐 별을 보고 올 생각이었다. 그랬더니 가지가 조금만 걸어가면 무덤이 있는데 거기에서 별을 보면 좋다고 한다. 무덤이라길래 잠시 망설여 졌지만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같이 가보겠냐고 한다, 와우! 결국 우리는 다같이 별을 보러 같이 가기로 했다. 옷을 하나 더 챙기러 방에 들어와서 S와 J에게 지금 별이 겁나 많다고 같이 보러 가겠냐고 깨워버렸다. 그렇게 그들도 같이 가기로했다. 무척 재미있는일이 갑자기 일어난 느낌이었다!

내가 리셉션에 내려와서 사람들에게 별보기위한 최적의 장소를 묻는 사소한 행위 자체로 곧 분명 재미있는일이 일어날것을 어렴풋이 예상했던것 같다. 일종의 감이 하나 생긴것이다. 잠깐 옆길로 가본다던지 갑자기 어떤것을 물어본다던지 이런 아주 작은 행동이 앞으로 예지치 못한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낼거라는 일종의 촉이다.

우리는 준비를 마치고 출발했다. 가지와 페이셜도 동행했다. 정말 무덤은 근처에 있었고 무덤은 생각보다 평평했다. 비석같은것도 없었다. 누가보면 그냥 울퉁불퉁한 언덕인줄 알았을 것이다. 우리는 돋자리를 깔고 누웠다. 주위에 불빛이 없으니 정말 쏟아질것 같은 별이 나를 압도했다. 이렇게 잘보이는 은하수도 처음이었다. 한참을 누워서 별을 봤다. 정말 오랫만에 보는 별이다. 어릴때 내가 미쳐있었던.. 우리는 사진을 촬영했다. 30초만 노출해도 엄청나게 많은 별들이 찍혔다. 이런 별사진은 처음 찍어봤다. 얼마나 별이 많았으면 갤럭시폰으로 10초 노출을 했는데도 희미하게 은하수가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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