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그란에서의 일상.
2017년 06월 10일
파키스탄
포카라, 훈자, 마날리 처럼 쇼그란은 그냥 휴양지였다. 정말 쉬기 좋았다. 사람도 없고 호텔 경치도 끝내주고 조용하다. 라마단 기간이라 여행자가 없어서 더 조용하다. 대신 음식먹는데 불편하지만 그래도 좋다. 나는 언제 떠날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매일매일 사피르가 오늘 하루 더 묵는지 가는지 물었지만 나는 하루 더 묶는다고 했다. 그렇게 오늘 벌써 5일 째다. 이곳에서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맨날 호텔에만 있는다. 이게 여행인가 싶기도 하지만 쉬고 싶기도 하다. 난 그냥 이곳이 편하다.
오늘은 글을 썼다. 하루에 한 주제의 글을 쓰면 좋을것 같다. 근데 여행중에 글쓰는 시간을 확보하는것이 생각보다 쉬운일은 아니다. 블로그에 어떤 글을 올려야할지 계속 고민된다. 그냥 일지를 쭉 올리자니 재미가 없다. 그래서 그동안 글쓰기 훈련을 한것이라고 생각하고, 여행중 생각한것들 한 주제씩 글을 써서 올리면 어떨까 생각중이다. 소재는 일기에서 추출하면 된다. 그래서 일기에 적은 내용을 주제별로 분류할 필요도 있겠다.
어제 저녁에 만난 주네드가 자꾸 전화해서 만나자는데 별로 보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한번은 만나야할것 같았다. 오늘 내가 만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바자르(시장)에 가서 버거 두개를 사와서 먹은뒤, 계속 책도 일고 하루종일 빈둥거렸다. 빈둥거릴때 느껴지는 불안함은 내 뼛속까지 있나보다. 이걸 극복하기가 어렵다. 며칠 빈둥거리면 어쩌나 싶다다가도 점점 줄어드는 내 여행 일정이 두렵기도 하다.
저녁시간이 되어 주네드를 만나러 갔다. 간김에 밥이나 얻어먹자는 못된 심보로 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결국 돌아왔다. 식당에서 사먹기 너무 비싸서 일단 돌아와서 라면이나 끓여먹자고 생각했다. 호텔로 돌아왔는데 사피르와 요리사 아저씨가 식사중이었다. 나보고 같이 먹자고 한다. 결국 오늘도 식사 대접을 받았다.
식사를마친뒤 레마한 아저씨를 찾았다. 오늘 읽었던 이슬람 근본주의에 대해서 나는 확답이 필요했다.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라는 확답 말이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레마한 아저씨는 성실히 답해줬다. 지하드는 공격용이 아닌 방어용 의무라고, 빈라덴은 그들이 잘 모르는 무슬림이고 미국에 대한 공격은 진짜 이슬람이 아니라고. 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위해 미국이 파키스탄을 엄청나게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레마한 아저씨도 그것에 유감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미국에 이용당하지 않았나. 그놈의 냉전시대. 소련과 미국의 이념갈등이 전세계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놨다. 한반도는 물론이고 이슬람 국가까지 건드렸던 것이다.
알고보니 레마한 아저씨는 내일 1박2일 나란으로 호수구경을 하러 간다고 한다.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내가 쇼그란에 오래 머무는 이유는 이아저씨 때문이기도 했다. 아쉬웠다. 마지막 대화가 약간 껄끄러운 민감한 주제여서 미안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고마운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감사하다.
주네르 에게 계속 만나자고 전화가 와서 잠깐 만나주러 갔지만 기도중이어서 또 내일로 미뤘다. 돌아오는 길에 어떤 가게 아저씨가 음료수를 공짜로 줬다. 파키스탄 사람들 정말 친절 ㅜ 돌아오는길에 바르바라는 친구를 만났는데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와의 대화에 깊이있게 빠져들었고 우리는 거의 두시간을 넘게 대화했다. 그는 의사라고 한다. (근데 20살..)
무신론에 대한 나의 입장에서 부터 과학 우주 진화론 이슬람 종교에 대한 그리고 내 여행계획과 서로에 문화애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쉬운 단어밖에 사용못하지만 이제 내 생각을 제법 영어로 표현 할 수 있게 되었다는게 뿌듯하기도 했다. 바르바와의 대화는 주네르와 다르게 불편하지 않고 너무 재미있었다. 내가 가진 관심사를 재미있게 들어줘서 그런것 같다. 반면 주네르는 계속 내생각이 틀렸다는것을 강조했다.
내가 쇼그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5일을 있는것을 바르바는 놀라워했다. 그리고 You should visit. 이라고 말해줬다. 사실 맞다. 여행에 나와서 컴포트 존에만 머물지 말고 나는 좀더 돌아다녀야 한다. 쉬는것은 2일이면 충분하다. 나는 떠나야 한다.
평화의 종교 이슬람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바로 강력한 내세사상이다. 기독교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이들의 신앙에서 내세는 정말 중요한 개념이었다. 고통스럽고 짧은 현실의 세상이 끝나면 영원한 천국이 기다린다. 그들은 그것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것이다. 이것이 수많은 근본주의 무슬림을 극단에 치닫게 했고 지하드를 통해 순교하게 만들었다. 지하드를 통한 순교는 그들의 천국행 급행 티켓이다. 그것이 그들을 죽음으로 지하드로 내모는 원동력이다. 그동안 좋게만 보였던 이슬람에대해 조금더 중립적인 시각을 갖게되고 있다.
세계 5대 바이러스중 종교 바이러스가 최악이다. 특히 내세라는 개념은 가난한 서민을 이념에 동원하는데 악용되어왔다. 기독교나 이슬람이나 암튼 종교의 그런 어두운 이면은 최악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아무튼 바르바와의 대화는 정말 즐거웠다. 우리는 내일 또 만나기로 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민. 페북 친구도 맺고 계속 연락을 주고 받기로 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곳에서도 교육을 많이 받은 친구들과 어울리는게 쉬운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상당히 젠틀한 반면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상당히 거칠다.
라마단 기간에 먹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