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라 생활의 불안과 무기력감

                    2017년 05월 01일
                    여행 D+28, 포카라 D+7

포카라에서 마지막날 뭔가 무기력하다. 너무 오랫동안 이 지역에 있었던것 같다. 다음 계획도 잘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인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는 떠날 날짜를 미리 정해놓으면 어떨까? 네팔에서만 한달을 있었다. 원래 계획은 2주정도 뒤에 인도로 떠나는 것이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물론 2주동안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한것도 있고, 다 계획에 없던 일들이다. 계획에 없이 떠밀려서 하게된건가?

아침에 무기력하게 영화를 봤다. 재미있었지만 한켠으로 불안했다. 당장 내일 인도로 가야하는데 어떻게 가야하는지 잘모르기 때문이다. 소나울리까지는 어떻게든 버스를 타고 갈수 있겠지만 그다음 소나울리에서 고락푸르까지 버스를 타야하고 거기서 또 기차를 타고 바라나시까지 가야한다. 잘 갈 수 있을까?

평생을 빡빡하게 살다가 무한의 자유가 주어지니 그게 적응이 안되는것 같기도 하다. 여행이 계속되면 이런 늘어짐이 익숙해지고 또 거기서 행복감을 느끼게 될까?

오랫만에 지인이 가짜뉴스를 보냈다. 싸울생각하니 심장이 뛰고 분노가 일었다. 자동차 운전하다가 실랑이할 때 그 기분이다. 그런데 한달동안 이런 화가나는 감정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에 있었을때는 이런 느낌이 하루에 한번이상 일어났던것 같다.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나 운전중에 특히 많이 느끼게 되는것 같다.

엊그제 부터 포카라에서 너무 오래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 나에겐 9개월이라는 제한적인 여행기간이 있고 그안에 돌아다녀야할 장소들이 많은데 그중 한달씩이나 네팔 포카라에 있다니, 뭔가 부지런하지 못하게 여행하는 느낌이 든다. 여기있는 남들은 패러글라이딩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이것저것 하는것이 많은데 나는 뭐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널부러져서 쉬는것도 아니다.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나한테 솔직해지니 불안이 좀 덜하다. 지금 포카라에서 너무 계획없이 허송세월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것이다.

오늘은 뭘 해야할까? 어제는 이것저것 준비물을 구매했고 인터넷이 가장빠르다는 까페에도 다녀왔다. 오늘도 갈까? 자전거나 빌려서 오늘 하루종일 타고 다닐까? 그것도 좋은 생각이다. 오랫만에 마사지나 받아볼까? 일단 자전거를 빌리고 인터넷빠른 까페에가서 금융관련 미미된 작업들을 마무리하자.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 돌아다녀보자.

포카라에서의 마지막

포카라는 정말 여행자의 블랙홀이 맞는것 같다. 보통 인도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천국같이 느낀다고 하는데 나는 한국에서 와도 비슷하게 느꼈다. 한없이 여유롭고 편하다. 그 여유로움이 오히려 나에게 불편함을 줬지만 그냥 별 계획없이 있다보면 몇주가 훅 날라갈것 같은 느낌이다. 나도 트레킹 전후로 일주일씩 포카라에 있었다. 나는 더이상 여기에 있으면 안될것 같다. 여행하는 느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 환경에 적응해버렸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일과과 비슷하다. 나가서 점심먹고 까페 그냥 휴양하는 느낌이다. 내일 빨리 인도로 넘어가 또 새로운 환경을 경험해야할 것같다. 힘들고 귀찮더라도 말이다.

다행이 포카라에서의 마지막 밤을 나름 알차게 보냈다. 일단 자전거를 빌려서 조금 돌았다. 인터넷이 잘되는 더 커피까지 걷기 귀찮아서 한것이지만 은행업무도 마무리짓고, 자전거를 타고 한번도 안가본 깊숙한곳에 잠시 찍고 왔다. 적고 보니 별로 한건 없다. 더 커피에서는 인도로 가는 방법에대해 좀 배웠다. 인도에서 넘어온 여행자를 만나서 유용한 기차확인 앱도 설치하고 사용법도 배웠다.

이제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인도 입국하자마자 엄청나게 빡세다고 하는데 과연 어떨까. 가서 개고생만 할까? 일단 내일 바라나시까지 무사히 도착할수 있을까? 기대되기도 하면서 걱정되기도 한다.

아직 인도에서 파키스탄을 언제갈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바라나시에서도 얼마나 있게될지도 모르겠다. 포카라에서의 경험상 바라나시를 최대2일만 경험하고 바로 델리나 암리차르로 넘어가는게 좋을듯 하다. 바라나시에서 레의 상황을 보고 만약 레로 육로가 열려있다면 레도 가는 계획을 하고 아니면 안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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