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06월 02일
            파키스탄

처음으로 우울했던 날

어제 저녁이 다돼서 도착했던 페리메도스, 구경은 전혀 하지 못하고 밥을 먹으니 어두워졌다. 텐트에서의 숙박은 나름 좋았다. 역시 아침이 다 되어 다소 추웠지만 패딩을 입지 않은 채로 나름 잘 버텼다. 새벽 5시에 일출을 보기로 나세르랑 만나기로 했지만 귀찮아서 5시 30분까지 누워있었다. 그리고 밖에 나가봤지만 나세르도 자고 있는듯 했다. 나는 밖에 나가서 돌아다녔다. 상당히 아름다운 장소였다. 넓고 푸른 잔디밭과 주변의 설산들. 그리고 8천미터 낭가파르밧이 눈앞에 있는 장면.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나세르랑 같이 구경을 했다. 1시간넘게 주변을 돌아다녔다. 7천루피짜리니 더 많은것들을 봐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서 더욱 열심히 구경했다. 엄청나게 멋졌던 풍경들.

어제 내가 묶었던 텐트 뷰. 풍경이 너무 멋졌다.

물에 반사된 낭가파르밧(Nanga Parbat, 8126m)

한눈에 보는 8천미터짜리 낭가파르밧의 모습과 등산 코스, 이 중간에 베이스캠프가 있다고 한다.

하산할 때는 다른 경찰 아저씨랑 같이 하산했다. 그리고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칠라스(Chilas)로 가던 버스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점심은 칠라스에 가서 먹기로 했다. 칠라스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있던 파키스탄인들이 역시 내게 호기심을 갖고 환대한다.

칠라스에 도착했는데 지금까지 다녔던 파키스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우선 호텔부터 찾았는데 영어를 할 줄 아는사람이 거의 없었다.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영어를 할줄아는 청년이 반갑게 인사를 해서 그 친구의 도움을 받아 호텔로 들어갔다. 방값은 천루피. 거지같은 방인데 천루피란다. 그동안 동행도 있었고 숙박비를 나름 싸게싸게 사용했기 때문에 천루피가 무척 크게 느껴졌다. 최대한 깎아서 900루피로 묶기로 했다. 너무 더워서 돌아다닐수가 없었다.

아무도 영어를 못함. 비싸고 구린 숙박비, 그닥 친절하지 않아보이는 사람들. 게다가 시큐리티가 붙을거라며 내가 4천루피를 지불하야한다고 함. 오랫만에 화를냈다. 론니플래닛과 완전 다른 곳이었다. 투어 회사는 전혀없다. 심지어 다음 목적지인 나란 행 지프 가격은 8천루피 .. 칠라스에서 2일이나 묶을 계획을 했는데 최대한 빨리 탈출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파키스탄에서 처음으로 우울했다. 어두 컴컴한 방안에서 쓸쓸히 과일을 까먹었다.

여행지가 아닌곳을 찾아 여행하는것은 생각보다 꽤 어렵다. 일단 거의 모든사람이 영어를 못해서 특히 어려움이 많았다. 다들 좋은 데만 찾아다니는데. 좋은장소만 가는 것도 모자른데 왜 이런데서 하루를 묶었을까.

결국 우여곡절끝에 버스티켓 끊었다. 시큐리티 없어서 우려된다고 책임은 내 몫 이라고 한다. 언젠 지들이 책임졌나? 그들의 속셈은 나의 안전이 아니라, 시큐리티 비용을 엄청나게 처먹을 계획인것이다. 그리고 나란까지 가는 길에서 문제될일은 없을거라 확신도 있었다.

파키스탄이 마냥 여행하기 좋은곳만은 아니다. 적어도 엄청나게 고생할 각오는 하고 와야하는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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