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자락에 있는 전세집을 계약 했다.

            2017년 02월 08일
            휴직 3일째

2년 동안 고담 시티에 살았다. 술 취한 자들이 많고 유흥가도 많은 시끄러운 동네에 살아서 많이 지쳤다. 휴직하는 1년 동안만 이라도 자연환경이 좋은곳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났을때 새소리를 좀 들어보고 싶다. 처음에는 깡산골로 가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엄청나게 반대를 하셔서 절충안으로 북한산을 선택했다. 서울에서도 은평구가 그나마 집값이 저렴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가장 관심이 많이 갔다. 북한산 왼편 산아래있는 동네를 모두 돌아다녀봤는데, 여러조건들을 따져봤을 때, 독바위역 주변 동네가 저렴하고 경치도 멋있고 작고 조용해서 괜찮을것 같았다. 처음에는 전세집도 없고 생각보다 내가 살 수 있는집이 많지 않은것 같아서 실망했지만, 운좋게도 좋은 부동산을 알게되어 몇일 뒤에 전세집을 소개 받았다. 낡고 오래된 주택단지에 있는 빌라다. 집도 낡고 오래됐다. 아얘 완전 시골같은 동네의 집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냥 주택 단지다. 살짝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수리 후 바로 나온 집이었고, 운좋게 시기 맞게 나왔던 전세집이었기 때문에 구하지 못하면 또 한동안 전세집이 없을것 같았다. 집을 나와서 10미터만 나가면 북한산아래 작은 공원이 있는데 그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결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수원의 고담 시티 인계동에 살면서 지칠때마다 자주 팔달산에가서 힐링 했는데 이제 집앞이 그런곳이 된다니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계약했다. 이사날짜는 2월 25일이다.

환경에 대하여 첫 번째


그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만 고민했지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해본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디에" 살 것이냐는 문제는 "어떻게" 살 것이냐는 문제 만큼이나 중요하다. 생명체의 생존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요소는 개체에게 주어진 환경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환경에서 어떤 공간에서 어떤 지역에서 살아야 행복할까? 많은 고민이 필요한 문제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그 해결책을 찾아볼 필요가 있는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답이 "숲"에 있다고 생각 했다. 인류가 이런 딱딱하고 평평한 시멘트 바닥에서 생활한지는 몇백년 되지 않았다. 도시라는 좁은 공간에 수 많은 사람이 빽빽하게 모여서 아웅다웅 하며 살게 된지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반면, 수 십만년 동안 인류가 처하고 극복해야 했던 환경은 숲이다. 숲에서 생존하며 진화했다. 그러니까 인간의 정신과 신체는 숲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행복하도록 적응 되어있는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속의 도시가 아니라, 숲이야 말로 인간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당연히 현대기술문명이 만든것들을 거부하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도시는 무언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숲이 더 안전해진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나는 지인들에게 숲사람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닉네임이 필요하다면 숲사람이라고 할 생각이다. 그렇지만 숲에 한번도 살아본적이 없는 가짜 숲사람이다. 숲에 살아서 숲사람이 아니라 숲을 지향하기 때문에 숲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같다. 북한산으로 가는 이번 이사는 일종의 실험이다. 분명 살다보면 단점이 점점 드러나겠지만 실험이니까 실패해도 좋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정 못살겠으면 또 이사하면 된다. 아마 그때가 되면 가짜 숲사람에서 세미 숲사람정도는 되어있을라나.

환경에 대하여 두 번째


인간은 항상 익숙한것을 좋아 한다. 이번 1년 동안 내가 가장 걱정이 되는것은 그 익숙함에 익숙해지는것이다. 휴학을 해 본 경험이 있어 잘 안다. 삶에 변화가 없고 안전하고 편안하기만 할 때 느껴지는 그 무기력감. 이런 Comfort Zone 을 벗어나는것 이야말로 인체의 세포를 살아있게 만들고 시간을 충실하게 사용하게 한다. 시간은 언제 빨리 지나가고 언제 느리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까?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시간은 익숙하면 익숙해 질 수록 빨리가고 새로운 환경에 노출 되는 경험이 많을 수록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 수록 시간이 빨리가는 이유는 삶 자체에 점점 익숙해지기 때문인것 같다. 직장생활은 정말 하루하루 새로울게 없는 반복적인 삶이다. 그런 삶속에서 4년 있었는데 정말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 해서라도 자주 변화를 주고 새로운 환경과 경험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그것이 하루 혹은 한해를 그리고 길게는 인생전체를 뒤돌아봤을때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꽉채워서 사용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런 삶을 산다는것은 짧은 인생을 살아도 오래산것 같은 효과를 준다. 나는 그것을 체감인생 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오래 사는게 중요한것은 아닌것 같다. 짦은 삶을 살아도 그 시간을 얼마나 충실하게 사용했는지가 체감인생의 길이를 결정한다고 생각 된다. (스티브 잡스 같은 양반은 체감 인생이 정말 길지 않았을까?) 30년 동안 특별한 일없이 평범하게 살아온 내게 이번 1년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뒤돌아봤을때 그냥 훅 지나간 느낌이아니라 1년을 빈틈없이 채웠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일단 이사 부터 가서 환경에 변화를 주려고 한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숲이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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